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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라이프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사람이 되는 방법

by 자블리네 2022. 5. 4.

처음 만난 사람의 직업이나 관심사를 들었을 때,이들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벌써 하품하게 될 때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지 살펴본다.



파티에 간 상황을 상상해보자. 친구가 오더니 사촌 바바라를 소개해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바바라는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으며, 보험사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다는 등 몇 가지 정보를 알려준다. 취미는 TV 시청이라고 한다.



만나기도 전부터 지루함에 몸부림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은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데이터 분석가뿐만 아니라 라여러분에 대해서도 보여주는 바가 많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지루한 조건'에 대해 많은 선입견을 품고 있다.그리고 다른 여러 고정관념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으로 사실이 아닐 수 있는 이러한 편견은 매우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세상은 '전형적으로 지루한' 조건에 들어맞는 사람들에게 가혹하다. 사람들은 이들이 별로 유능하진 않지만 정은 많은 사람이라고 치부해버린다. 그리고 이들이 말을 꺼내기 전부터 슬쩍 피하며 관계 형성을 꺼린다.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일수록 웃음 참기 어려운 이유
더 지루해져야 하는 이유 : 따분함의 과학 사람마다 권태감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이유 해당 연구를 이끈 영국 에식스 대학의 바이 낸드 반 틸버그 사회 심리학자 교수는 이렇듯 부당하게 '지루한 인물'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소외당한다"라고 말했다.




틸버그 교수의 연구 결과는 앞선 이야기에서 바바라를 만나기 전 품었던 편견과 가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면 우정의 싹을 틔울 수 있는 반면, 지나치게 부정적인 편견으로 타인을 만나게 되면 잠재적으로 즐거울 수 있는 대화의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또한 해당 연구를 통해 첫인상 개선을 위한 몇 가지 팁을 얻을 수도 있다.




'충격'적인 연구 결과
틸버그 교수는 지루함에 대해 20여 년간 품어온 과학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지루함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고통스러운 감정 중 하나이며, 우리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예를 들어 지난 2014년 미국 버지니아 대학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가구가 드문드문 배치된 방에서 15분간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다.





휴대 전화나 컴퓨터, 읽을거리를 들고 들어갈 수 없는 대신 버튼을 누르면 약한 전기 충격을 느낄 수 있는 장치를 건네줬다.




그 결과 참가자 42명 중 18명은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적어도 한 번은 버튼을 눌러 전기 충격을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느낄지라도 어떠한 자극이라도 느끼는 게 더 낫다고 여긴 것이다.



"지루함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고통스러운 감정 중 하나이며, 우리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물론 이러한 참가자들이 반응에 대해 특정한 실험 환경 때문은 아닌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험 상황이 변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후 진행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85초짜리 영상이 1시간 동안 반복 재생되는 영상을 시청하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많은 참가자가 불편한 전기 충격을 느끼는 쪽을 선택했다.




이러한 참가자들의 행동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제임스 댄 커트 인지신경과학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지루함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는 데 얼마나 큰 원동력이 되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댄커트 교수에 따르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현재 상황에 안주하거나 또 다른 기회를 탐색하는 갈림길을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는데, 이때 적절한 보상 없이 같은 행동을 너무 오랫동안 반복하다 보면 지루함이 고개를 들어 현실에 안주하기보단 변화를 줘보라고 아우성치기 시작한다.




댄커트 교수의 연구는 특히 잠재적으로 느낄지 모르는 다른 자극 요소를 의식적으로 떠올릴 때 더 지루함에 몸부림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는 직소 퍼즐이나 레고가 눈앞에 보이지만 건드릴 수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방안에 가만히 앉아있는 상황이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주변에서 흥미진진한 대화가 오가는 파티에서 지루함을 견디는 일이 왜 더더욱 어려운지 설명할 수 있다. 새로 만난 사람의 직업에 대한 사소한 디테일 등을 들으며 꼼짝없이 묶여있는 순간 더 잘 맞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쌓아갈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그 지루한 대화로 발생하는 모든 "기회비용"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전형적인 지루함'
이렇듯 권태로움은 고통스럽기에 피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간은 불완전한 정보에 근거해 부당하게 타인을 미리 판단하는 골치 아픈 경향이 있다. 즉 타인을 만나 그 사람이 흥미를 자극하기도 전에 미리 그 사람이 지루하다고 때때로 판단해버리곤 하는 것이다.올해 초 발표된 여러 연구를 통해 틸버그 교수는 이러한 성급한 판단을 촉발하는 전형적인 특징들을 규명했다.


이 특징을 이해한다면 타인에 대한 성급한 사전 판단을 막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에릭 이구 아일랜드 리머릭 대학 교수, 메어 판즈와니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 학교 교수와 함께 틸버그 교수는 미국에 사는 실험 참가자 115명에게 '지루한 사람'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특징들을 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얻어낸 응답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성격적인 특징 45개, 직업적 특징 28개, 취미 19개가 담긴 목록을 작성했다.



이후 3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각각 특징에 대해 1점('전혀 지루하지 않다')부터 7점('심각하게 지루하다')까지 점수를 매겨 달라고 요청했다.



연구 결과는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로웠다. 참가자들은 데이터 입력 직원, 회계사, 세무사 등을 가장 지루한 직업으로 꼽았다.



지루한 취미로는 교회 가기, TV 시청, 잠자기 등이 뽑혔다.



또한 흥미를 갖는 분야가 비교적 적고, 유머 감각이 부족하거나 매사에 뚜렷한 주관이 없는 성격에 대해 지루함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또한 지나치게 부정적인 태도로 매사에 불만을 토해내는 사람에 대해서도 지루하다고 평가했다.



다음 단계로 연구진은 사회적 고립감 초래 등 이러한 고정관념이 불러올 결과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이전 연구에서 조사한 특징들을 바탕으로 '상황 묘사 카드'를 제작했다.



예를 들어 어떤 카드에는 'TV 시청이 주로 취미인, 회계 법인에서 데이터 입력 직원으로 일하는 브라이언'이라는 설명을 적었다.


반면 '지역 신문사에서 예술가로 일하며 조깅, 정원 가꾸기, 독서가 취미인 폴'에 대한 설명이 담긴 카드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훨씬 덜 지루하다고 느끼는 요소들이다.



이어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카드에 적힌 인물 설명을 보여주며 각각 인물을 얼마나 좋아하게 될 것 같은지, 그 인물과의 대화나 만남을 적극적으로 피할 것인지 물었다. 심지어 금전적으로 얼마를 받으면 이 인물과 약 1주일을 보낼 수 있는지도 물었다.



모두 예상했겠지만, 참가자들은 '전형적으로 지루한' 요소를 많이 지닌 인물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즉 사람들은 브라이언보다는 폴을 만나고 싶어 했으며,브라이언같이 지루한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지루함을 견디려면 금전적 보상이 거의 3배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틸버그 교수는 "참가자들은 이러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선 정말 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어떤 식으로든 심리적인 비용이 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루함보다는 차라리 고통을 선택했다는 앞선 연구 결과를 고려한다면, 불편한 상황 및 같은 시간에 즐길 수 있었을 흥미로운 경험을 놓친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사진/Getty Images

정원 가꾸기와 같은 단순한 취미를 지닌 '폴'은 '브라이언'보다 더 함께 있고 싶은 사람으로 뽑혔다

 


흥미로운 사람이 되기
일련의 연구 결과는 교훈을 남긴다. 특정한 직업이나 취미에 대해 조건반사적으로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유지하면 유의미한 깊은 관계를 꾸려나가지 못할 수 있다. (데이트 자리라면 이러한 편견으로 평생의 연인이 될지 모르는 사람을 놓칠 수도 있다.)


조금 더 열린 태도로 다가가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흥미로움을 느끼며 친구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만약 앞서 말한 '전형적으로 지루한' 요소를 많이 지닌 사람이라면 틸버그 교수의 연구는 반갑게 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틸버그 교수는 현실의 '브라이언'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건넸다. 이를 통해 타인의 불친절한 판단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첫 번째 조언은 자신의 직업을 색다르게 묘사해보라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데이터 분석가는 지루한 직업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과학 연구 등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이바지하는 일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는 데이터 분석가보다는 덜 지루하게 느껴지기에 데이터 분석의 과학적 요소를 좀 더 강조해 타인의 편견을 덜어낼 수 있다.



아니면 사적인 삶에 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도 방법이다. 폐쇄적인 마음, 열정적이지 않은 태도 등이 지루하다고 꼽혔다는 점을 기억하자. 솔직히 TV 시청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유일한 취미로 TV 시청을 적어낸다면 곧장 재미없는 사람으로 느껴질 것이다.



대신 좀 더 개인적으로 더 열정을 갖고 몰두하는 취미를 적어보는 건 어떨까. 정원 가꾸기, 일기 쓰기, 낚시, 뜨개질 등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꼽힌 취미이다. 더 많은 취미를 밝힐수록 타인과 공통점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틸버그 교수는 "자신의 활동 범위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대화의 기술을 공부해보는 건 어떨까. 의미 있는 대화를 이어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직업이나 취미에 변화를 준다 해도 별다른 소용이 없을 것이다.



틸버그 교수의 "지루한 사람들은 말이 많다. 그렇지만 별로 할 말이 없게 만든다"라는 말처럼 개인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펼치되, 다른 사람에게도 그들의 의견을 말할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 또한 타인이 스스로에 대해 털어놓을 수 있도록 많은 질문을 하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이렇게 대화를 이어 나가다 보면 상대는 여러분의 직업이나 취미 때문에 이전에 품은 편견을 모두 잊을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조언이 소용이 없었다고 해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긴 바란다. 틸버그 교수는 사람들이 위협을 느낄 때 타인에게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더 많이 적용한다고 지적했다.즉 여러분의 직업이나 취미 등에 편견을 갖고 부당하게 대하는 사람은 사실 자신의 불안감을 감추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결국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지루함 또한 보고 느끼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일이다.





출처:뉴스픽파트너스/BBC News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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