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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라이프

"인간을 이해하는 건 눈물을 이해 하는 것"

by 자블리네 2022. 7. 25.

▲사진:고 이어령(1934-2022) 교수 암투병 생활 시 인터뷰 모습



회한 가득한 사연이 아니더라도 죽음을 앞두고 하는 얘기는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을 떠나가는 사람의 삶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기 때문인 겁니다. 그렇기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얘기에는 다들 귀를 기울이고는 합니다.


지난달 말, 시대의 지성으로 불렀던 교수가 죽음을 앞두고 써 내려간 글이 공개됐을 대도 그랬습니다. 무슨 얘기를 남겼을까?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고 이어령 교수 얘기입니다.
초대 문화부 장관과 새천년 준비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비롯해 수많은 저작을 남긴 이어령 교수는 지난 2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2017년 암이 발견돼 두 차례 수술받았던 이어령 교수는 항암치료 대신에 마지막 저작 시리즈인 "한국인 이야기"집필에 몰두했습니다.

그는 병색이 짙어져 키보드 두드리기도 힘들게 되자, 2019년 10월부터 죽음이 찾아오기 직전인 지난 1월까지 틈틈이 떠오르는 생각을 자필로 기록했습니다. 육필원고를 쓴 겁니다.

147편의 단상을 남겼고, 이 가운데 110편이 책 "눈물 한 방울"에 실렸습니다. 각각의 글은 짧지만 하나의 독립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연결돼 있습니다. 결국은 다 세상사에 얽힌 얘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책 "눈물 한 방울"💦


일본의 호스피스 전문의인 오츠 슈이치는 죽음이 가까워지면 이런저런 후회를 하기 마련이라고 전했지만, 이어령 교수는 후회에 관한 얘기를 따로 꺼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이어령 교수라고 후회 없는 생을 살아온 것은 아닙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넉 달 전에 출간된 책"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는 이어령 교수가 후회스러운 일에 관해 얘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후회되는 일은 있으신지요?"


이 질문에 이어령 교수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한 시간 강연만 하고 나와도 밤에 자다가 악 소리를 내는 사람이 나야, 가지 말아야 할 자리에 갔구나, 바보 같은 소리를 했구나......."


어쩌면 시대의 지성으로 불렀던 이어령 교수도 , 보통 사람들처럼 낮에 있었던 일을 쑥스럽고 민망하게 생각해(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데도) 잠자리에서 "이불 킥"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후회를 자주 한다고도 말을 합니다

"글  쓰고 후회하고 또 쓰고 후회하고 , 책 나올 때마다 후회한다고 , 내가."

160여 권의 책을 냈으니 , 그가 생전에 후회를 얼마나 많이 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앞에 두고 키보드 자판 두드리기도 힘들어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남긴 글에는 후회에 관한 얘기가 없습니다.


다만 아쉬움을 드러냅니다. 그의 아쉬움은 작지만 , 구체적입니다. 책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라고 하면서도 책을 주문한다.

읽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힘도 이제 남아 있지 않다.

몇 구절 서평 속에 나와 있는 것이 궁금해서 , 호기심을 참지 못해서다.........
배달된 책 보다 먼저 떠난다면 내가 호기심으로 찾던  그 말들은 닫힌 책갈피 속에 남을 것이다. 
열지 않은 책 속에 책갈피 속에, 읽지 않은 몇 마디 말,
몇 줄의 글....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다. [2019.12.14]

문 앞에 와 있는 죽음이 언제 문을 열고 들어올지 모르는데도 호기심을 읽지 않은 노교수, 몇 구절 서평에 나와있는 내용이 궁 금세서 책을 다 읽기 힘든 줄 알면서도 책을 주문한 겁니다.

죽음에서도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생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삶을 살다 간 그가 되뇐 단어가 있습니다.

💦눈물입니다

그는 평생에 걸쳐 이성옥 지성에 관해 얘기했지만 , 죽음을 앞두고 힘들게 손으로 써 내려간 마지막 메모에는 눈물을 얘기했습니다.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준다. 이제 인간은 박쥐가 걸리던 코로나도, 닭이 걸리던 조류인플루엔자도 걸린다. 그럼 무엇으로 짐승과 사람을 구별할 수 있을까? 눈물이다. 낙타도 코끼리도 눈물을 흘리다고 하지만, 정서적 눈물은 사람만이 흘릴 수 있다. 로봇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


단순히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맺힌 눈물은 아닐 겁니다. 그가 말하는 눈물은 , 나만 알고, 나만 생각해서는 나올 수 없는 눈물이었습니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어령 교수는 아무리 지식을 많이 쌓고 부를 많이 쌓는 다고 하더라도  나를 위해 또 남을 위해 흘릴 눈물이 없다면, 눈물 한 방울 없는 삶이라면, 그런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음을 던집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에도 눈물에 관한 얘기가 거듭 나옵니다.)


"큰 욕심, 엄청난 것 탐하지 않고 그저 새벽바람에도 심호흡하고 감사해하는  저 많은 사람들 ,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거기에 제 눈물도요. 그들은 눈물이라도 솔직히 흘릴 줄 알지만, 저는 눈물이 부끄러워 울지도 못해요."


이어령 교수의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던 독자라면, 그가 마지막 순간에 하고 싶었던 얘기가 무엇인지, "눈물 한 방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책을 통해 시대의 지성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엿볼 수 있을 겁니다.





***KBS김태형 기자의 7/9 <"눈물 한 방울"... 시대의 지성 이어령 교수가 남긴 말 > 중에서





출처:뉴스픽 파트너스. 마음건강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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