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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라이프

환경: 모든 도로를 지하로 옮기면 무슨 일이 생길까?

by 자블리네 2022. 6. 26.

환경: 모든 도로를 지하로 옮기면 무슨 일이 생길까?

사진;뉴스픽파트너스/Getty Images BBC News 코리아 



도로는 공공 공간을 차지하고, 주거 지역을 갈라 놓으며, 도시 공기를 오염시킨다. 그럼 모든 도로를 지하로 옮기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1863년 런던은 도로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세계 최초의 지하철, 메트로폴리탄 철도를 개통했다. 
그런데 지하 교통로 계보는 이보다 20년 전 앞선 최초의 템즈 강 지하 터널 건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터널도 보행자들과 관광객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훗날 런던 지하철이 된 초창기의 지하철은 지표면 약간 아랫부분을 파고 철로를 설치하고 다시 덮는 형태였다. 이후 기술이 발전하고 열차 동력이 증기에서 전기로 바뀌면서, 지하 선로는 더욱 깊어졌다.



오늘날 런던 시민들의 발 밑에선 사람들이 광범위한 지하철 라인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더블린 대학의 문화지리학자인 브래들리 가렛은 사회 기반시설을 지하에 만든다는 구상은 꽤 호소력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쪽에서 작동하는 것들을 좋아하죠." 이러한 작동 방식이 이음매 없이 깔끔하다는 환상을 준다는 것이다.그런데 열차와 전력망, 파이프, 케이블, 하수관과 함께 사람들이 오랫동안 땅속에 묻으려 했던 사회 기반시설이 있다. 바로 도로다.어떤 이들은 녹지를 훼손하고 공동체와 생태계를 갈라놓는 두꺼운 아스팔트 도로가 한계에 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꽉 막힌 도로의 숨통을 틔워주려고 길을 넓힐 때마다, 오히려 혼잡도가 올라가고 자동차로 인한 대기 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났다.



전 세계의 도로 길이는 6400만 km가 넘는다. 그런데 소득 증가로 자동차 구입이 늘고 인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대량의 도로 증설이 예상되고 있다. 2040년에 이르면 도로에 20억 대의 자동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총교통량은 5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교통 체증은 엄청난 시간 낭비(평균적인 미국의 운전자들은 한 해 54시간을 교통 체증에 갇혀 보낸다)이면서, 환경적 대가도 요구한다. 연료 소비 및 탄소 배출, 공기와 소음 오염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2018년 굴착 회사 '보링 컴퍼니'에서 "교통은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고, 영혼에 뿌려지는 산성 물질과 같다"고 말했다."마침내 빌어먹을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법한 방안이 생겼습니다." 그의 대답은 지하에 좋은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머스크는 물론 그 누구도 전 세계 모든 도로를 땅 속에 묻자고 제안하진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도로를 지하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 도시화가 증가하고 불평등과 기후 위기가 치솟는 시대에 도로의 지하화를 따져보면, 우리가 원하는 
교통 시스템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표면에서 도로가 사라졌을 때 가장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효과 중 하나는 대규모 공간 확보다.


농촌 지역에서는 야생 동물이 생존하고 대기 중 탄소를 포획할 수 있는 토지나 농경지가 늘어날 것이다. 또한 도로로 인해 갈라졌던 풍경이 한 장면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은 도로 때문에 무리나 먹이와 분리됐었다. 그래서 도로가 확장되면서 생태계 정점 포식자들이
위기에 처했다. 한 논문에 따르면, 도로로 인해 유전적 연결성이 줄어들고 밀렵이 증가한 동물은 느림보곰과 호랑이다. 자연환경을 잘게 쪼개면 탄소 배출량도 늘어난다. 숲의 가장자리 부분에선 키가 큰 나무들이 죽기 쉬운데, 도로로 숲이 쪼개지면 가장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 소속 생태학자인 알리사 코핀은 도로가 물의 흐름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탬파와 마이애미를 연결하는 도로 '타미 어미 트레일'을 예로 들었다. 이 도로가 물의 흐름을 막아, '에버글레이즈'가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고 산불이 증가했으며 식물과 동물들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코핀은 "이 사례는 도로 건설의 영향에 대한 이해 없이 건설된 결과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충돌 사고 역시 큰 문제다. 카디프 대학의 사라 퍼킨스는 영국 도로에서 사망하는 야생 동물 

모니터링 프로젝트, '스플래터'에 참여 중이다.



그는 매년 1만 건의 사고가 보고되지만, 이 숫자는 실제의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어떤 연구는
 유럽에서만 연간 수억 건에 달하는 로드킬이 발생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퍼킨스는 도로의 지하화가 "야생 동물과 차량의 출동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도로 
주변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불빛과 소음 공해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생태학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2050년까지 세계 인구의 70%가 살고 있는 도시의 
도로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도로를 지하로 옮기면 도시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엔지니어링 기업 '아우 레콘'에서 일하는 톰 아일랜드는 "도심을 활성화하고 싶다면, 도로를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걸을 수 있게 만들면, 나무와 공원, 조경, 인도 카페, 기타 공공 편의시설을 위한 공간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혼잡한 고가도로를 지하 도로로 만드는 보스턴의 '빅 디그'는 121헥타르 이상의 공공 공간을 만들어냈다. 녹지와 분수, 미술 공간이 있는 7헥타르 규모의 '로즈 케네디 그린웨이' 공원도 이를 통해 생겼다.



도로를 지하로 옮기면 주차장도 지하로 옮겨질 것이다. 해마다 수천 개의 지상 주차공간을 없앨 계획인 암스테르담처럼, 주차 공간을 지하로 옮기고 그 위해 작은 공원이나 공개 공지 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원과 녹지는 도시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기후 위기로 기상 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녹지는 많은 물을 흡수해 홍수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나무 역시 낮시간의 기온을 최대 40%까지 낮춰줄 수 있다.



사람들의 유대감도 커질 수 있다. 아일랜드는 도로로 인한 문제 중 하나는 공동체가 약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과 물리적으로 분리되면 어떤 이들은 식료품점 등 필수 서비스와 멀어지고 이동이 어려워져 생활 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


반면 보스턴에서 고가 도로를 없앤 프로젝트는 시내 중심가와 해안가를 연결해 이전에는 도로로 나뉘었던 이웃들을 다시 뭉치게 만들었다. 시애틀의 고속도로 지하화 효과를 전망한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최대 44만 제곱미터의 주택 공간을 만들어내고 이웃의 유대감을 복원시킬 수 있다.


물론 보고서는 이러한 혜택을 모두가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저소득층의 외곽 이주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행자나 조깅을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겐 도로의 지하화는 안전과 관련이 있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교수 레이철 알드레드는 "자동차가 사람들과 섞이면 문제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매년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약 130만 명에 달한다. 이는 5~29세 사이의 사람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도로를 지하로 만들면 트램과 같은 전기 동력 대중교통 수단을 위한 공간도 생긴다. 알드레드는 "우리는 운전을 더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아마도 '도로의 지하화가 교통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가 가장 궁금할 것이다.


아일랜드는 만약 지상 위 도로를 단순히 지하로 옮기는 것으론 "혼잡도가 개선될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유인 수요" 이론처럼 도로를 만드는 건 더 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것이기에, 도로의 양적 증설로는 사실상 혼잡을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는 "다른 패러다임이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자율 주행은 자동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문제를 없애고 혼잡을 개선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자동차는 개인 소유가 아니라 공유 자동차이어야 한다. 
아일랜드는 "자동차를 사적으로 소유하지 않는 세상을 떠올려 보라"라고 말했다.



"자율 주행하는 공유차를 개인이 휴대전화로 호출하는 거죠." 그러나 안전 문제로 자율 주행은
 약간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일부 연구에 따르면, 자율 주행 자동차는 사람들이 대중 
교통보다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를 선택하고 자동차 공유를 꺼리게 만들어 교통량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지하 도로 운전이 조금 더 편안할 수 있다. 극한의 더위나 추위, 빗속 운전 같은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렛은 "지하에서는 기후 영향을 받지 않아서 시간 계획을 세우는 게 더 쉬워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날씨 영향을 안 받다 보니, 지하에 건설하는 사회 기반 시설이 더 오래 보존될 수도 있어요."지하 인프라는 지진 피해 위험도 적다고 한다. 브로 에르는 2010년 칠레 강진 때 산티아고가 황폐화됐지만 지하철 시스템은 거의 손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터널과 토양은 함께 움직입니다. 그래서 지진이 터널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죠."



그러나 다른 맥락에서는 지하 도로가 더 위험하다. 기후 위기로 잦아지고 더 강력해지고 있는 홍수는 지하 도로에 큰 위협 요소다. 브로 에르에 따르면, 보행자가 지하 도로에 드나드는 입구는 물이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지표면보다 높아야 한다. 예를 들어 방콕에서는 우기 동안 지하철을 보호하기 위해 지표면보다 몇 미터 위에 지하철 입구를 만든다. 또한 지하에 만들어질 주차장을 심야 시간에 오갈 때 치안 문제도 우려될 수 있다.



브로 에르는 "사고로 인한 화재 위험성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지하에서 사고가 났을 때 생기는 결과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예컨대 사고가 났을 때 연기가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또한 2001년 스위스의 고타드 터널 재해 당시, 지하 화재로 자동차가 녹을 정도로 온도가 올라간 적이 있다.



가렛은 "(사고 시) 대피에 대해 잘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터널은 사고가 난 자동차를 도로 옆으로 옮기고 구급차가 신속히 부상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수백만 대의 화석 연료 자동차가 지하로 다니면,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차량 배기가스 배출로 인한 미세 입자 오염과 오존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38만 5000명의 조기 사망과 연관되어 있다. 도로를 지하에 배치하면 지표면에서 생기던 오염원을 단순히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가렛은 "종말과 같은 결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하 공간 환기를 정말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말했다. 그런데 오염은 굴뚝을 사용해 포획 및 방출된다. 여기에는 에너지가 많이 든다. 다만 브로 에르는향후 수십 년 안에 자동차가 전 기화되면, "오염원도 줄고 부분적으로 화재 위험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2050년이면 판매되는 신차의 80%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가솔린차는 수명이 길다. 2050년이 돼도, 도로 위 자동차 대부분은 가솔린 차일 수 있다. 좋은 것은 지하 도로가 소음 공해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소음 공해는 도로 교통의 커다란 문제 현상 중 하나다. 세계 보건기구에 따르면, 소음은 심혈관 질환, 스트레스, 고혈압, 조기 사망과 관련해 두 번째로  큰 영향을 주는 환경 스트레스다.



그런데 도로의 지하화에 드는 비용은 어떠할까?


가렛은 "지표면에 도로를 건설하는 것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비싸다"라고 말했다. 
굴착 비용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터널을 보강하기 위해 탄소 집약적 재료인 콘크리트도 엄청나게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별 차이도 존재한다. 추정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의 지하 터널은 마일당 1억~2억 달러가 들고 유럽은 2억 5000에서 5억 달러, 미국은 15억 달러에서 25억 달러 선이다.


보스턴의 '빅 디그'는 7.5마일 지하 도로 건설에 약 15년이 걸렸고, 당초 배정된 예산 26억 달러를 훨씬 초과한 200억 달러 이상이 들어갔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터널 굴착은 여전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장비와 노동, 자재에 드는 비용뿐 아니라, 허가 및 환경 영향 평가 등 행정 절차를 위한 시간 비용이 들어간다.


지하에 있는 다른 사회 기반 시설도 고려해야 한다. 가렛은 런던 지하에는 하수도 시스템과 전기, 
수도, 가스 터널 등이 2차 세계 대전 및 냉전 당시의 지하 대피소와 얽혀 있고, 그 아래엔 대형 하수도 및 
새로운 철도 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잘못된 판단은 많은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시애틀에서는 터널 굴착 기계가 땅에 묻혀 있던 고가교 강관에 부딪혀 대형 수리에 들어갔고, 충돌로 상승한 고가교의 높이를 조정하는 프로젝트가 2년간 지체되기도 했다.


공사가 끝나더라도 비용은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아일랜드는 환기용 팬과 조명이 실외와 비슷한 수준으로 24시간 내내 작동하면서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모하고, 운영자는 화재 위험 등을 감시하기 위해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러한 재정 지출을 회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그중 하나가 운전자에게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UCLA 교통연구소 부국 장인 후안 마 투트는 정부가 건설 자금 마련을 위해 공공 소유였던 도로와 토지 일부를 매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알드레드는 거대한 지하 도로 프로젝트에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많은 공공 서비스의 희생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적자에 시달리는 대중교통이 더 깊은 수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는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불평등을 낳을 것이다. 개인 자동차를 구입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안전하지 않은 서비스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마 투트는 지하 도로의 이점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이 지하 도로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 소유 차량을 가지려 할 것입니다. 이를 가질 수 있는 이들 위주로 혜택이 돌아가겠죠."


알드레드는 개인 소유 자동차를 위한 교통 체계에 큰 자원을 지출하는 정부는 "본질적으로 자원 효율성이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차량보다 버스나 기차 등이 여객 마일(승객 1인을 1마일 수송할 때 들어가는 원가) 측면에선 항상 효율적이다. 그리고 개인이 자가용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더 많이 사용한다면, 도로 확충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다.



마 투트는 휘발유차 혼잡세 같은 쉬운 정책이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오염 수준을 낮추며 더 많은 녹지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과 생태계 측면에서 도로로 인한 피해는 야생 동물 교량 등으로 완화할 수 있다. 또한 플로리다 타미 아미 트레일에서 일어난 사태는 고가 도로로 해결할 수도 있다. 코핀은 동물 이주 기간에는 일부 도로를 폐쇄하는 것도 동물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마 투트는 "어떤 제안을 평가할 때는 '이것이 누구의 문제를 해결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며
"도로와 교통에는 심오한 사회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은 결코 없을 것이다.





출처:뉴스픽 파트너스/BBC News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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