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게이트: 애플, 수백만 영국 아이폰 사용자에게 1조 2000억여 원 배상하나
사진▲Getty Images 아이폰
◈이번 소송과 관련된 아이폰은 아이폰6를 포함해 총 10종에 이른다
거대 기술 기업 애플사가 지난 2017년 불거졌던 '배터리 게이트' 관련 소송에 또 한 번 휘말렸다.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비밀리에 저하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애플사는 영국에서 제기된 이번 소송에서 패할 경우 아이폰 사용자 수백만 명에게 약 7억6800만파운드(약 1조 2100억 원)를 배상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영국의 소비자 권리 운동가 저스틴 구트만은 애플사의 운영체제(OS) iOS 업데이트라는 것이 사실은 기기의 속도를 저하시켰다면서, 영국 내 아이폰 사용자 2500만 명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며 영국 경쟁항소재판소(CAT)에 소를 제기했다.
한편 애플사는 "절대" 의도적으로 제품의 수명을 단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트만은 애플사가 돈이 많이 드는 제품 리콜이나 수리를 피하려는 의도로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즉 '스로틀링'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애플, '고의적 성능 저하' 공식 사과 아이폰 속도 저하에 대한 애플의 해명이 비난을 받는 까닭 애플 스토어 근로자, 미국서 첫 노조 결성 시도 앞선 2017년 1월 애플 사는 구형 아이폰 배터리에 문제가 생겨 예기치 못하게 기기 전원이 꺼지는 현상을 막고, 전반적인 성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 관리 툴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다운로드 설명에 해당 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게 되면 기기의 속도가 저하될 것이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는 게 구트만의 설명이다. 구트만은 구형 아이폰 배터리로는 최신 iOS를 구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애플사가 해당 툴을 도입했으며, 애플사가 제품을 리콜하거나 교체 배터리를 제공하는 대신 사용자들에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구트만은 "무상 교체, 수리 서비스 또는 보상 제공과 같은 명예롭고 합법적인 방식 대신 애플 사는 제품의 속도를 최대 58%까지 느리게 만드는 툴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숨겨 소비자를 현혹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소송과 관련된 제품은 아이폰 6, 6 플러스, 6S, 6S플러스, SE, 7, 7 플러스, 8, 8 플러스, 아이폰 X로 총 10종에 이른다.
이는 '옵트아웃' 즉, 특정 당사자가 법원에 당해 소송에서 제외해 달라고 신청하지 않는 이상 모두 소송의 원고가 되는 집단 소송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영국 내 해당 아이폰 사용자들은 손해를 배상받고자 적극적으로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애플은 성명을 통해 "자사는 제품의 수명을 고의적으로 줄이거나, 사용자 경험을 저하시켜 업그레이드를 유도하는 일을 절대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애플의 목표는 항상 고객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고, 사용자들이 가능한 한 오래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목표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BBC
분석: 조이 클라인먼, BBC 테크 에디터
항상 자신들의 의도는 훌륭하다는 주장과 달리 애플 사는 소위 '배터리 게이트' 사건으로 한동안 시달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8년에 "애플사에게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사과하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구형 아이폰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게 되면 '페이스타임'과 같은 상당히 일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때조차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므로, 결국 신형 아이폰 구매를 부추긴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애플사는 오히려 진실은 그 반대라고 주장한다. 즉 자신들의 의도는 제품 수명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자 후에 애플사는 아이폰6 이후 모델에 대해 배터리 교체 비용을 일부 지원했다.
여기서 더 광범위한 쟁점 두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구형 기기들이 일반적으로 가장 최신에 나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구식으로 전락해버리게 되는 방식이다.
테크 기업들은 기기의 보안을 유지하고 최상의 상태로 구동하기 위해선 이러한 업데이트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업데이트된 소프트웨어는 곧 구형 하드웨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버리곤 한다. 즉 프로세서는 느려지고, 오래된 배터리는 성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배터리가 오래되면 더 자주 충전해줘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두 번째로 살펴볼 쟁점이다. 휴대 기기 성능이 강력해질수록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아이폰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평균적으로 충·방전 사이클을 약 500회 정도 지나면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본다.'배터리 게이트'구트만의 이번 소송은 미국에서 비슷한 사건이 마무리된 지 2년 만에 나온 것이다. 지난 2020년 아이폰 배터리 성능을 고의적으로 저하했다는 의혹에 시달리던 애플은 1억 1300만 달러 지급에 합의했다. 미국 33개 주는 사용자의 신형 아이폰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애플이 이와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배터리 게이트'라 불리는 이 사건은 이보다 앞선 2016년 아이폰6, 아이폰 7, 아이폰 SE 등의 사용자 수백만 명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 기기 속도가 느려졌다는 불만을 제기하며 비롯됐다. 이에 대해 당시 애플은 언급을 피하면서도 오래된 배터리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기기의 속도가 느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영국의 리서치 기업인 '앤더스 애널리시스'의 클레어 홀 루보 스키지 분석가는 노후화된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를 고려하면 이 같은 논란이 계속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형 기기 모델은 구형에 비해 매우 비약적으로 발전된 기술을 탑재한다. 이에 따라 서로 다른 성능을 지닌 장치에서 모두 작동해야 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출시할 때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새 기기 판매 수입이 애플사 전체 매출의 84%를 차지합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계속 내놓는 것입니다."
홀 루보 스키지는 "기기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노후화된 배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하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러한 논란은 계속 제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뉴스픽 파트너스/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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